일시: 2026년 10월 5일(월) 10:30 - 15:30
탐방지: 북한산성계곡길
참가자: 김영일, 김창영, 김춘도, 나팔용, 서창희, 장 천, 한 준, 부준홍 (이상 8명)
작성: 부준홍.
10월 첫째 주의 우정둘레는 월요일인 5일인데, 이날이 하필 개천절의 대체공휴일이었다. 이로 인해 참가자가 적을 것이 우려되었지만 그래도 동기회의 다른 여러 소모임 일정들이 줄지어 있기 때문에 그대로 진행했다. 이번 탐방지는 북한산성계곡길로, 산성계곡 무장애탐방로에서 시작하여 북한동역사관, 중성문을 거쳐 산영루까지 왕복하는 코스였다. 전날 저녁에 비가 약간 왔지만 지표면에는 흔적이 거의 없이 건조했으며 날씨는 흐리고 아침 기온은 18도 정도로 생각보다 따뜻한 편이었다.
예상대로 집결지인 북한산성탐방센터가 있는 입구부터 공휴일 인파로 인해 상당히 붐볐다. 아직 단풍은 기대되지 않는 시기이지만 신선한 초가을의 산행에 모두가 들떠있는 것 같았다.
이번 둘레길은 당초 11명이 신청했었으나 이런저런 사정이 발생하여 당일 오전에 최종 8명으로 줄었다. 한 준과 김춘도, 두 명이 20분 이상 늦어지는 것으로 연락이 왔기에, 나중에 쫓아와서 합류하기로 하고 우선 모인 6명이 먼저 출발했다. 예정보다 15분 늦은 시작.

탐방지원센터에서 약 80m 지나 왼편으로 가는 '산성계곡 무장애탐방로' 표지석 앞에 앉아 사진 찍고 계곡을 만나기 위한 걸음을 시작했다.
계곡 우측으로 난 폭 5m 정도의 평탄한 흙길을 조금 걷다보니 목제 아치형의 구조물이 데크 길의 시작임을 알렸고 이후 십여분은 무리 없는 데크와 계단들이 이어졌다. 길 옆에 야생화 단지가 있었지만 제철이 아니라 꽃은 없었다. 무장애탐방로는 안내판이 있는 위치에서 전망대까지 약 300m 구간에만 해당된다. 이후로는 난이도 중간 정도의 돌과 계단으로 이루어진 전형적인 트레킹 길이다.
최근에 비가 별로 오지 않아서인지 계곡물은 많지 않았다. 중간에 버들치가 서식한다는 안내판이 있어 내려보니 맑은 계곡물에 제법 많은 버들치들이 헤엄치는 모습이 보였다. 일부는 꽤 큰 몸집으로 살이 올라있었다.
입구에서 약 20분 정도 거리에 서암사지(西巖寺址)라는 절 터에 건물이 두 채 정도 단촐하게 보였다. 원래 서암사는 조선 숙종 때 북한산성 축성 이후 산성의 수비를 위해 만든 13개 사찰들 중 하나로 1711년에 지어져 승병들이 주둔했던 호국사찰인데 을축년 대홍수 때 대부분 유실되어 현재 복원 중이라 한다.


우리 일행은 평일보다 많은 인파에 다소 낯선 듯 길 중간에 둘 또는 셋씩 떨어져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도 늦게 도착해 뒤쫓아오는 친구들과 전화로 길안내하고 일행 찾고 하느라 다소 분주했다. 어느새 부지런히 쫓아 온 춘도가 중간에 다행히 합류에 성공했다.
그런 와중에도 집채만 한 바위들이 즐비한 사이 사이로 마음을 씻어주는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과 주변의 수풀, 그리고 높아진 가을 하늘을 즐기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계곡길은 대동문 쪽으로 가는 주로라 할 수 있는 대서문길과 만나고, 잠시 후 일행은 북한동역사관에 도착했다. 이곳에 큰 휴식공간과 화장실이 있기에 앉아서 잠시 숨을 돌렸다.

예정보다 20분 이상 늦어진 일정 때문에 곧 걸음을 이어서 바삐 중성문으로 향했다. 중성문에 가까워질수록 경사가 제법 있는 길에서 호흡이 가빠지고 땀이 흘렀다. 아마도 친구들이 속으로 안내자를 나무라고 있을 법했다. 그래도 나는 모른 채하고 가며 혹시나 너무 힘들어하는 친구가 없나만 살폈다. 다행히 모두 다 잘 오고 있었다. 역시 역전의 둘레길 친구들이다.
중성문(中城門)은 1714년에 축조된 것으로 대서문(大西門)에서 이곳까지 이어지는 지역이 비교적 평탄한 지형이기 때문에 적의 공격에 취약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일종의 이중 방어선으로 만들어진 내성(內城)으로, 그 안쪽에 주요시설들이 집중되어 있었다고 한다.


중성문 망루에 올라 옛날 성문의 수장들처럼 폼잡고 사진도 찍고 간식도 하며 땀을 식혔다. 다시 걸음을 시작하기 위해 망루에서 막 내려오는데 이게 왠일인가, 준이가 나타났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뒤쫓아오는 게 생각보다 어렵다. 어찌나 반가왔는지, 모두 얼굴에 웃음이 가득 핀 채로 준이의 손을 흔들어 댔다. 오는 중간에 준이와 여러번 통화하며 길을 제대로 들었는지 확인은 했지만 사실 걱정이 좀 되었었다. 다행히 이제 완전합체가 되었으니 기념사진을 두 방 찍었다. 여기서 15분 정도면 목적지(회귀점) 산영루에 간다. 마지막 피치를 내자. 갑자기 일행들 뒷모습에 힘이 들어간 것 같았다.


막판 고갯길을 올라 산영루에 도착했다. 안내판을 보니 정확한 건축시기는 모르나 기록상 북한산성보다 이전으로 추정되며, 여러차례 불타고 대홍수에 소실된 것을 2014년에 고양시에서 복원했다고 한다. 맑은 계곡 물에 북한산의 모습이 비치는 곳이라는 뜻에서 이름이 유래했으며, 조선시대 수많은 문인들이 이곳을 찾아 풍류를 즐기고 여러 시문을 남겼다고 한다. 잘 알려진 문인들로 이익, 정약용, 김정희 등이 기록되어 있다.
이곳은 증흥사 계곡과 태고사 계곡이 합류하여 수량이 많아지는 곳이며 북한천 계곡 상류지역이라 계곡 바위와 물에 접근이 가능했다. 우리 일행은 계곡 너른 바위에 앉고 서고 한 채로 경관을 즐기며 한동안 숨을 돌린 후에 예약된 식당 점심시간을 맞추기 위해 출발 원점으로 하산을 재촉했다.


점심 식당은 탐방지원센터 뒤편에 예전 옛골토성이라는 음식점 자리에 생긴 ‘메종드단아’를 예약했다. 이름이 다소 이국적인데 ‘단아’는 단아한 음식을 제공한다는 의미라 한다. 메뉴는 퓨전한식이라고 하는데 우리 일행은 주로 고등어와 고추장불고기, 그리고 곤드레 솥밥 등으로 구성된 정식메뉴를 택했으며, 대체로 만족스러웠던 것 같다. 콜키지가 무료라는 정보를 보고 가져간 이태리산 Limoncello 리큐어(28% Alc.) 한 병과 현장서 주문한 느린막걸리가 곁들여져서 미각과 흥을 돋구었다.



식후에는 버스정류장 쪽으로 내려오면서 ‘빽다방 빵연구소’라는 카페에서 커피와 후식을 놓고 담소를 즐겼다. 이 카페가 왜 여기에 있는지 궁금했는데, 2층 규모로서 이제껏 본 빽다방 중에서 가장 컸고 사람도 제일 많았다. 그리고 우리의 주요 관심사로서 빠뜨릴 수 없는 가성비도 훌륭했다. 한담을 나누다 보니 어느 새 오후 3시 반이 되었다. 오늘 참가한 8명의 ‘진득한’ 둘레길 친구들이 귀갓길에 나름 보람있게 느꼈다면 다행이겠다.